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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Vengeance) 외 몇
복수 : 아 스크린으로 향항 느와르 신작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감격의 상태로 입장. 나로서는 두기봉의 최고작..까지는 모르겠고 두기봉 최고의 액션 연출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듯. 따지고 보면 여러가지로 좀 뻔한 부분이 있지만 그림이 압도적으로 아름다워서 다 용서됨. 숲속 총격씬을 보는 내내 시간이 흘러가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아 씨발 조금만 더 오래 싸웠으면..' 이라며 계속 초조해했다. 하여튼 숲속 총격씬에서 반복되는 암전이나 조명의 사용 등에서의 세트같은 느낌이 정말 좋았는데 카메라를 조금 더 근접시키고 시간을 줘서 좀 더 똥줄 타게 만들었으면 완벽한 것이 (나한테는) 더 완벽해졌을텐데. 뜬금없이 이 총격전을 보는 동안 씬시티가 존나 보고 싶었음.

황추생은 처음엔 헤어스타일이 맘에 안 들었는데 가면 갈 수록 추생이형 최고 멋지고, 임가동은 총을 쏘나 걸어가나 잠바를 입으나 정장을 입으나 존나 임가동이고, 죠니 할리데이 할아버지는 액션이 조금 더 민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임달화는 너무 젊어보여서 끝날 때까지 긴가민가 했었음. 배우들의 어색한 영어발음은 오히려 리얼해서 좋았음. (임설 정말..) 다만 마카오 여경찰을 연기한 배우의, 잘하지도 못하면서 빨리 뱉어내려는 국어책 영어발음은 다른 배우들의 의도된 어색함과 달리 정말로 연기력의 딸림에서 나온 것임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이게 더 리얼하다 해야할지..

흑사회2 : 뒤늦게 봄. 나는 참 뒷얘기를 좋아해서 영화든 소설이든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면서 등장인물이 많고 전편의 주역이 후편에 조역으로 나오는 식(김용 무협지 식인가?)의 연작을 좋아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주 좋았음. 두기봉 영화는 늘 나오던 사람들이 나오니까 -심지어 위에 쓴 '복수'에서 추생이형의 이름은 무슨 강토나 구영탄처럼 또 '콰이'- 연작이 아니어도 연작같은 느낌이 있어서 더 좋음.

이겨라승리호 : 난 어렸을 때 승리호를 보긴 봤었지만 크게 좋아했던 기억도 거의 없고 당시에도 별로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론 야타맨 조립식은 좀 좋아하긴 했다.) 그다지 추억이 있다거나 기대한 부분이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꽤 만족했다. 원작이 따로 있(거나 따로 있는 것처럼 보여줬던)는 미이케 다카시의 다른 작품들이 퀄리티도 톤도 CG도 B급이었던 것-물론 그래서 더 좋아함-에 비하면 이건 뭐 완전 웰메이드. 연기 좋고 코메디 좋고 액션 좋고 그림 좋고.

아이리s : 그냥 하길래 그냥 조금씩 쳐다는 봤는데 그냥 안 보는 게 나았을 듯. 내가 뵨사마였으면 정말 울었다. 다들 하는 얘기지만 달콤한인생에 조성모뮤비에 뵨아이덴티티에..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심지어 난 이게 어쩌면 기타노다케시의 '감독만세'류의 자기 패러디를 통한 어떤 철학적 사유라도 의도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면 감독은 정말 무서운 사람. 줌은 뭐그리 시도 때도 없이 자주 처땡기는지.. 근데 왜 우리나라의 모든 액션물은 주인공 옆에 깍두기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강박을 갖는지.. 내가 졍준호였어도 정말 울었다.

스페이스드 : 에피소드 3을 본 후로 몇달 쉬고 있다가 몰아서 봤는데 아 정말 사이몬페그와 에드가라이트는 내가 어떤 방식의 코메디를 좋아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란 걸 다시 한번 확실히 각인시킴. 영화에 비하면 테레비에선 음악취향을 드러내면서 웃기는 건 좀 없다. 왜 영화는 영 소식이 없는지..

지붕뚫고 하이킥 : 시간대가 안 맞아서 거의 못보지만 언젠가 이순재가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일부터 할 것이지"라고 대사할 때 웃다 미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순재도 좋지만 근년의 쉼 없는 노출도를 감안하면 사실 이번 타임은 이순재가 아니라 오지명 또는 신구 할배였으면 정말 훈훈했을 것 같다. 김병욱 피디는 그분들을 안 쓰는 건지 아껴두는 건지..

'왕자극장 2본 동시' 메뉴가 너무 썰렁해서 아이리s까지 묶어쓰는 개무리수를 한번 둬봤다.
# by 도쌍세 | 2009/10/23 23:43 | 왕자극장 2본 동시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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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새침떼기 at 2009/10/24 01:53
헐, 이겨라 승리호를 미이케 다카시가 찍었네요?
(제가 겜맹이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며칠 전 용이 간다를 보고 너무 재미가 없어서, 최근 위시리스트에 담아둔 이 아저씨 DVD를 구입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 중이었는데..

저도 하이킥은 재방송으로 어쩌다 보는데 재미있더라고요. ㅎㅎ 진짜 김병욱 PD는 대단한 사람.. 이번주로 야구시즌 끝나니 제대로 챙겨볼까 합니다. 아, 근데 코시 7차전에서 지면 하이킥이고 나발이고, 최소 한 달은 속세를 등질 것 같다는..
Commented by 도쌍세 at 2009/10/24 21:51
제대로 챙겨보시겠군요. 축하드립니다. 남의 팀 경기 이렇게 몰입해서 보기는 또 첨인듯.. 승리호는 용이간다보다 한 여덟배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무라사키노우에 at 2009/10/24 06:42
이순재 할배의 코믹 코드의 핵심은 망신당하거나 당황 할때 눈으로 말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실제인지 번번히 제 착시현상인지 눈동자가 작아지는 느낌이 들면서 일시적인 공황감을 표정으로 기막히게 표현하는데 그건 아무도 못따라감.
Commented by 도쌍세 at 2009/10/24 21:59
저는 그분 당황할 때보다 뭔가 만족스러울 때 눈썹과 눈이 마름모를 이룰 때의 표정이 최고 좋던데. 그래도 전 떠나가는 곰돌이를 애타게 울부짖던 노구 할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영규와 함께 김병욱 최고의 캐릭터였던 듯. 오지명, 신구 모두 우정출연 정도는 괜찮을텐데.. 아 쓰고보니 박영규 최대의 난적 권은아 반장도 보고 싶고 윤기원!!!!도 엄청 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무라사키노우에 at 2009/10/24 22:28
하하 도슨생님이 말씀하신 그 표정 뭔지 알아요. 완전 귀여움. 이순재와 비슷한 캐릭터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초창기작에 단골로 등장하는 지고로 영감인데 완전 좋아해요.
Commented by 도쌍세 at 2009/10/25 01:22
그러고보니 지고로하고 표정이 많이 비슷하네요. 옛날에 야와라가 실사판 드라마도 만들어졌던 거 같은데 거기서 지고로는 또 누가 연기했는지 살짝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주성치 at 2009/10/29 01:01
아마 부산에서 같은 시간대의 <복수>를 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저 역시 너무 액션 연출이 황홀하여 시간이 흐르는게 안타까웠습니다.
Commented by 도쌍세 at 2009/10/29 17:36
초안대로 아랑드롱형이 캐스팅되었다면 또 어떤 그림이 나왔을지 상상만으로 숨이 막히더라고요.
Commented by 하제 at 2009/11/01 00:14
저는 두가봉영화본건 좆도없지만
항상 절 설레이게하는군요 하앜.
아옹 영화제끝나면 단관개봉이러도해줬음좋것네요.
Commented by 도쌍세 at 2009/11/01 14:20
옛날에는 비데오 발매시 홍보목적으로라도 하루짜리 단관개봉도 곧잘 하더니 이젠 별 가망없는 소리고, 저 영화는 그래도 칸느 출품작씩이나 되니 그냥 다른 영화제에 묻어서라도 상영되는 걸 기다리시는 게 나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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