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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나는 이 영화를 기대했을 수밖에 없는데, 첫째는 이 영화가 당초 가화삼보(골든트리오)의 복귀작으로 거론되었다는 것과, 둘째는 허관문(과 원표)이 주역으로 정말 오랜만에 복귀한 작품이고, 셋째는 허관문이 캐논볼 이래 성룡과 25년만에 재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여러번 밝힌 바 있지만 내가 허관문과 성룡을 좋아한 세월은 참 오래되었는데, 성룡의 경우는 그 애정이 뭔가 중학교 졸업 무렵부터 식었던 -그러다가 결정타를 날린 것은 아마도 용남이(AKA 섰다) 와 함께 부산극장에서 보았던 '시티헌터' 때문이지 싶다. 아주 그냥 학을 뗐음- 반면 허관문은 뭔가 타이밍이 절묘하게 내 중학시절 이후로 영화계를 은퇴했기 때문에 딱 그때 이미지 그대로 영원한 형님으로 남아있다. 뭐 일단 중딩 때부터 내 취미생활이란 게 급격하게 음악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으므로 딱히 은퇴라기 보다는 더 이상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았다고 해야 말이 맞는듯. (상대적으로 그 시절에는 허관문이나 허관걸보다 허관영이 '강시선생'이나 'A계획속집' 등으로 노출도가 갑작스레 높아졌던 감도 있다.)

전체적으로 액션도 후달리고 연출도 후달리고 이런 류의 영화-가족영화라 하기엔 뭣하고 명절영화라고 말할 순 있겠다-는 도식적인 훈훈함을 강요하는 면이 있어서 나 같은 놈은 좋아할 수 없는 게 정상이겠지만 문이형이 룡이형과 함께 연기를 한다는 것만으로 그냥 존나 찡하다. (단지 두 사람이 콤비로 나온다는 것만으로 어릴 때 '캐논볼'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모른다.) 때문에 나도 잠시 내 본성을 잊고 그만 훈훈함을 느껴버리는..  뭐랄까 예를 들어 영화만 놓고 보면 '빅타임'은 정말 후진 영화라 할 수 있지만 엔딩에서 룡이형이 서기의 아버지에게 뺘마리를 계속 얻어맞는 게 왠지 좋아서 그 훈훈함만으로 나한테 좋은 영화로 남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아 중간에 주성치가 임팩트있게 나오기도 하는구만.)

다만 며칠 전에 테레비로 본 비비프로젝트에서 우리말로 더빙된 허관문의 목소리는 말 느리고 멍청한 전형적인 늙은 곰탱이로 묘사되어서 참으로 짜증났는데 (역시 저 안 어울리는 뿔테안경이 문제인가.) 공중파 방송국이 홍콩코메디영화를 얼마나 성의없게 다루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 싶음. 허관문은 평생 그런 우둔한 캐릭터였던 적이 없기에.



생각난 김에 캐논볼 푸티지를 이것저것 유투브로 보니 옛날 동아극장 생각도 나고 씨발 너무 좋다..... (2편은 보림극장에서 봤는지 동아극장에서 봤는지 헷갈리네.) 문이형과 룡이형이 처음 등장하는 씬에 티비쑈 MC로 나오는 사람이 지금 보니 쟈니윤이어서 또 깜짝 놀랐음. 영화는 망했지만 주제가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 끝물에 나온 최고 크라식임을 아는 사람은 안다.

# by 도쌍세 | 2009/11/03 22:18 | 왕자극장 2본 동시 | 트랙백 | 덧글(6)
복수(Vengeance) 외 몇
복수 : 아 스크린으로 향항 느와르 신작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감격의 상태로 입장. 나로서는 두기봉의 최고작..까지는 말 못해도 (못 본 게 여럿이지만) 두기봉 최고의 액션 연출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듯. 따지고 보면 여러가지로 좀 뻔한 부분이 있지만 그림이 압도적으로 아름다워서 다 용서됨. 숲속 총격씬을 보는 내내 시간이 흘러가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아 씨발 조금만 더 오래 싸웠으면..' 이라며 계속 초조해했다. 하여튼 숲속 총격씬에서 반복되는 암전이나 조명의 사용 등에서의 세트같은 느낌이 정말 좋았는데 카메라를 조금 더 근접시키고 시간을 줘서 좀 더 똥줄 타게 만들었으면 완벽한 것이 (나한테는) 더 완벽해졌을텐데. 뜬금없이 이 총격전을 보는 동안 씬시티가 존나 보고 싶었음.

황추생은 처음엔 헤어스타일이 맘에 안 들었는데 가면 갈 수록 추생이형 최고 멋지고, 임가동은 총을 쏘나 걸어가나 잠바를 입으나 정장을 입으나 존나 임가동이고, 죠니 할리데이 할아버지는 액션이 조금 더 민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임달화는 너무 젊어보여서 끝날 때까지 긴가민가 했었음. 배우들의 어색한 영어발음은 오히려 리얼해서 좋았음. (임설 정말..) 다만 마카오 여경찰을 연기한 배우의, 잘하지도 못하면서 빨리 뱉어내려는 국어책 영어발음은 다른 배우들의 의도된 어색함과 달리 정말로 연기력의 딸림에서 나온 것임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이게 더 리얼하다 해야할지..

흑사회2 : 뒤늦게 봄. 나는 참 뒷얘기를 좋아해서 영화든 소설이든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면서 등장인물이 많고 전편의 주역이 후편에 조역으로 나오는 식(김용 무협지 식인가?)의 연작을 좋아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주 좋았음. 두기봉 영화는 늘 나오던 사람들이 나오니까 -심지어 위에 쓴 '복수'에서 추생이형의 이름은 무슨 강토나 구영탄처럼 또 '콰이'- 연작이 아니어도 연작같은 느낌이 있어서 더 좋음.

이겨라승리호 : 난 어렸을 때 승리호를 보긴 봤었지만 크게 좋아했던 기억도 거의 없고 당시에도 별로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론 야타맨 조립식은 좀 좋아하긴 했다.) 그다지 추억이 있다거나 기대한 부분이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꽤 만족했다. 원작이 따로 있(거나 따로 있는 것처럼 보여줬던)는 미이케 다카시의 다른 작품들이 퀄리티도 톤도 CG도 B급이었던 것-물론 그래서 더 좋아함-에 비하면 이건 뭐 완전 웰메이드. 연기 좋고 코메디 좋고 액션 좋고 그림 좋고.

아이리s : 그냥 하길래 그냥 조금씩 쳐다는 봤는데 그냥 안 보는 게 나았을 듯. 내가 뵨사마였으면 정말 울었다. 다들 하는 얘기지만 달콤한인생에 조성모뮤비에 뵨아이덴티티에..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심지어 난 이게 어쩌면 기타노다케시의 '감독만세'류의 자기 패러디를 통한 어떤 철학적 사유라도 의도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면 감독은 정말 무서운 사람. 줌은 뭐그리 시도 때도 없이 자주 처땡기는지.. 근데 왜 우리나라의 모든 액션물은 주인공 옆에 깍두기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강박을 갖는지.. 내가 졍준호였어도 정말 울었다.

스페이스드 : 에피소드 3을 본 후로 몇달 쉬고 있다가 몰아서 봤는데 아 정말 사이몬페그와 에드가라이트는 내가 어떤 방식의 코메디를 좋아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란 걸 다시 한번 확실히 각인시킴. 영화에 비하면 테레비에선 음악취향을 드러내면서 웃기는 건 좀 없다. 왜 영화는 영 소식이 없는지..

지붕뚫고 하이킥 : 시간대가 안 맞아서 거의 못보지만 언젠가 이순재가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일부터 할 것이지"라고 대사할 때 웃다 미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순재도 좋지만 근년의 쉼 없는 노출도를 감안하면 사실 이번 타임은 이순재가 아니라 오지명 또는 신구 할배였으면 정말 훈훈했을 것 같다. 김병욱 피디는 그분들을 안 쓰는 건지 아껴두는 건지..

'왕자극장 2본 동시' 메뉴가 너무 썰렁해서 아이리s까지 묶어쓰는 개무리수를 한번 둬봤다.
# by 도쌍세 | 2009/10/23 23:43 | 왕자극장 2본 동시 | 트랙백 | 덧글(10)
G.Corporation meets Lee Perry
레게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적지 않은 수가 정글이나 덥스텝에 대해서 하우스니 트랜스니 같은 선상에서 하찮게 여기거나 무시해도 좋은 댄스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좀 많다. 난 레게만 듣는 사람을 경계하는 것만큼이나 이런 사람은 신뢰할 수가 없는데, 리듬으로서의 레게의 본질을 느낀다면 정글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그런 클럽튠에 환장하면서 슬라이&로비의 오래된 굵직한 리딤에 '비트가 없다'며 인상 구기는 경우도 좀..) 리듬을 느낀다는 것도 그게 무슨 공부를 해야하거나 기를 써서 노력해야 하는 종류도 아니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의 몸이란 그냥 그렇게 반응하게 되어있다. 

그러니까 그런 경우는 정글이나 덥스텝이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춤추는 음악 자체에 대한 계급의식이 이미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는 게 문제지 정글과 덥스텝은 죄가 없다. 그럼 나머지는 죄가 있나? 그럴리가. (근데 또 하우스부터 아이디엠까지 일견 레게와 무관힐 것 같은 갑돌이갑순이각종댄스뮤직도 느슨하게 보면 레게와 완전히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기에 결국 그 대상은 범댄스뮤직이 되고 만다.)

펑크와 레게의 관계 역시 크게는 위와 같은 맥락인데, 덥에코스에서 돈레츠도 대충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이건 누가 가르쳐줘서 '그런가벼' 하는 게 아니고 또 그냥 몸으로... 이 둘은 이미 궁극적으로 같은 곳을 향하기 때문에. 펑크와 레게의 동질감이 구조적인 부분이 아니라 방향감에서 오는 정서적인 것이 크다면 레게와 정글, 덥스텝 등은 몸뚱이마저 형제의 관계이기 때문에 더더욱 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싫으면 어쩔 수 없고..

그래서 결론은 리페리 할아버지가 덥스텝을 해도 욕하지 말란 말임..
내가 올해 가장 사랑해주고 있는 12" 중 하나이다.

guiness devil




할만하니까 하는 것임.
아 리페리 기네스 비데오는 다 좋지만 저 깃발들고 썽질내는 편은 정말 특히 심하게 좋다.

# by 도쌍세 | 2009/10/18 23:24 | 가슴쿨 Au Go-Go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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